서울의 백년가게 탐방한 이인우

작성일 : 2019-01-13 13:49 수정일 : 2019-01-15 00:53

도시의 오래 된 가게들에는 그곳 사람들의 삶이 담긴다. 아버지가 젊었을 적 단골로 삼았던 술집에 아들이 대를 이어 발걸음을 하고, 어머니가 첫 데이트를 했던 소극장에 어른이 된 딸이 남자친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낼 때 노포(老鋪)는 미시사(微視史)의 현장이 된다.

외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누군가가 어떤 도시의 골목을 그리워한다면, 그건 그 골목의 오래된 카페나 유서 깊은 음식점과 관련된 추억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짧게는 백년, 길게는 중세로까지 연원이 거슬러 올라가는 외국의 오래된 가게들은 수많은 사연들을 만들어내며 도시와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인구 천만의 서울에도 한 세기 가까이 연륜을 쌓아온 가게들이 드물지 않다. 런던이나 도쿄의 이름난 명소들만큼 긴 역사를 자랑하지는 않지만, 현대사의 격랑을 헤쳐온 보통 사람들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 가게들은 살아 숨쉬는 문화재라고 부르기에 모자라지 않다.

식당에서부터 찻집, 공연장, 미장원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오래된 가게 스물 네 곳의 이야기를 담은 <서울 백년 가게>가 출간됐다. (이인우 지음, 꼼지락 펴냄)

 

 

▲ 서울을 서울답게 만드는 오래된 가게 스물네 곳의 이야기를 담은 '서울 백년 가게'가 출간됐다. [꼼지락 제공]



한겨레 신문 기자로 31년째 근무하고 있는 저자의 네 번째 저서인 이 책은 서울 시내의 오래된 가게의 탄생과 성장, 그리고 성공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게 주인들이 털어놓는 성공 비결과, 장사 철학, 경영 노하우는 그대로 서울과 서울 토박이들의 이면사가 된다. 이 책은 거대담론을 다루는 역사가들이 건너뛰기 쉬운 대목에  주목한 풍속사라고도 할 수 있다.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혁명을 모의하던 아지트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된 ‘학림다방’, 오래된 고택을 개조해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탄생시킨 ‘보안여관’, 음반·고서 마니아의 가게 ‘클림트’, 경성의 맛을 고수하는 추탕집 ‘용금옥’, 하루 1000 그릇이 팔리는 냉면집 ‘을밀대’, 부대고기집의 원조 ‘황해’, 아버지의 이름으로 멋을 짓는 ‘신사복 청기와’, 여전히 사람의 손으로 쇠를 다루는 ‘동명 대장간’을 소개했다.

 

 

▲ 책 도입부에 소개된  학림다방 내부. [꼼지락 제공]


2장에서는 인사동 문방사우의 자존심 ‘구하산방’, 도장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인예랑’, 시민이 지켜낸 서점 ‘홍익문고’,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빈대떡집 ‘열차집’, 안동국시의 대중화를 이끈 ‘소호정’, 수제 궁중떡집 ‘비원떡집’, 문화유산이 된 동네 빵집 ‘동부고려제과’, 신촌의 명물 ‘미네르바’를 다뤘다.

3장에서는 대중을 위한 최초의 재즈클럽 ‘올댓재즈’,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이태리 식당 ‘라 칸티나’, 7080세대의 LP 보물 창고로 불리는 ‘돌레코드’, 금천구의 랜드마크가 된 중국집 ‘동흥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음악다방 ‘브람스’, 세계 최대의 악기 백화점 ‘낙원악기상가’, 시민의 품으로 되돌아온 덕수궁 옆 소극장 ‘세실극장’, “미용실 원장님께 감사드립니다”라는 멘트를 만들어낸 ‘마샬미용실’에 얽힌 얘기를 풀어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추천사에서 “서울이 서울다운 이유는 오래된 가게가 만들어내는 풍경 덕분”이라며 “전통을 이어가며 시간을 넘어 문화를 만드는 주인과 이를 응원하며 꾸준히 찾아주는 손님이 있기에, 서울 백년 가게는 또 한 번의 백년을 꿈꾼다”고 적었다.

 

 

▲ 유려한 필력으로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저자 이인우씨. [페이스북]


<서울 백년 가게>의 맛을 더하는 것은 기자경력 30년이 넘은 저자의 유려한 필력이다. 1988년 한겨레 창간에 참여한 저자는 문화부장, <씨네21> 대표이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한국어판) 편집장 등을 지내는 동안 감칠맛 나는 글 솜씨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현재 한겨레 금요 섹션지 <서울&>의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삶의 절벽에서 만난 스승, 공자> <조작간첩 함주명의 나는 고발한다> <세상을 바꾸고 싶은 사람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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