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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변, 푸른 물결 위로 붉게 물든 철쭉 장관

기사승인 : 2020-04-22 14:38 기자 : 임현진

푸른 섬진강이 붉게 물들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212㎞의 섬진강 중 전남 곡성군 구간, 섬진강이 아니라 섬진강변 17번 국도가 빨갛게 물들었다.

(사진=곡성군청 제공)

경기도 용인시에서 전남 여수시 돌산읍 율림마을까지 내달리는 17번 국도는 416㎞의 긴 여정 동안 수많은 풍경을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섬진강과 함께 달리는 전남 곡성 구간은 역마살 좀 꼈다는 여행자들에게 꽤 익숙한 곳이다.

특히 반가웠던 봄도 어느새 지루해질 4월 말이면 곡성의 섬진강 길은 다시 한번 뜨거워진다.

이 시기 17번 국도 곡성 구간은 낮게 흐르는 푸르른 섬진강 물결과 갈맷빛 작은 산 위에 점묘화처럼 뿌려진 신록이 이채롭다.

그리고 그 사이로 15만본의 붉은 철쭉이 주단처럼 피어난다. 흔하디흔한 철쭉이다.

하지만 봄빛에 일렁이는 섬진강과 생명력을 한껏 머금은 산을 따라 유연하게 휘어져 돌아가는 철쭉의 붉은 물결은 일상으로 침잠하던 정신을 번득 깨운다.

농밀한 붉은 색에 눈이 먼저 아파져 온다. 어둠 속에 잠겨 있던 두 눈에 갑자기 빛이 쏟아지는 느낌이다.

붉은 물이 꽃잎의 겉면에만 살짝 칠해진 것이 아니라 꽃잎 속에서부터 짙게 배어 나온 듯하다.

어느새 자동차들은 속도를 늦추고 차창을 내린다. 그것도 아쉬운지 일부는 갓길에 멈추어 선다.

모든 꽃이 그러하듯이 누가 보라고 피어난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도취한다. 철쭉 꽃물이 발갛게 뺨에 비치면 홍조가 된다.

그리고 그 앞에 선 사람들의 몸짓 하나 눈짓 하나는 노래가 되고 시가 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화사하기만 한 줄 알았던 철쭉은 꽤 천진하다. 깔때기 모양의 화관은 가볍고 경쾌하고 적갈색 반점은 개구쟁이 소년의 주근깨 같다.

10개의 수술 사이로 슬며시 고개를 내민 암술 한 개가 우아하면서도 힘찬 곡선을 그리며 뻗쳐 있다.

흔히 진달래는 먹을 수 있는 꽃이라 참꽃이라 한다. 반면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으므로 개꽃이라고도 하는데 개구진 표현에서 오히려 정감이 느껴진다.

화사함과 천진함이 공존하는 약 3.6㎞ 구간의 곡성 섬진강 철쭉은 5가지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섬진강과 골짜기가 만들어낸 다양한 길을 따라 즐기는 것이다. 걷기, 자전거, 자동차, 증기기관차, 레일바이크가 그것이다.

걸으면서 철쭉을 감상하면 철쭉 길의 근경과 원경은 물론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 하나의 작은 떨림까지 느낄 수 있다.

또한 강물의 속도에 맞춰 자전거길을 따라 라이딩을 하다 보면 어느새 풍경이 내가 되고 내가 풍경이 된다.

자동차를 타고 매끈한 17번 국도를 드라이브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좀 더 색다른 추억을 원한다면 증기기관차 또는 레일바이크를 타는 것을 추천한다.

섬진강기차마을에서 가정역까지 왕복 10㎞를 운행하는 증기관차는 철쭉에 닿을 듯 말듯 아슬아슬 스치며 지나간다.

증기기관차가 쉬는 시간에는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레일바이크가 운행된다.

레일바이크에 올라 함께 페달을 굴리면 살짝 배어 나온 땀이 강바람에 상쾌하게 씻기고 옷깃에는 서로의 웃음이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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